내가 주일마다 체크인 하는 교회는 시화공단에 위치하고 있다. 결혼 후 시흥에 살면서 다녔던 교회를 용인으로 이사온지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하면서 주일학교 교사를 했었다. 지금은 잠시 마음의 평온을 찾아 무단으로 쉬는 중이다.
마누라님께서 둘째를 임신하면서 이제 교회를 옮겨야겠다는 이야기가 오가지만 아직 교회를 옮기기 힘들게 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주일학교 친구들이다.
시화에는 우리시대에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힘든 레알(Real) 서민들이 많다. 일거리를 찾아서 떠돌고, 가족이 무너지고,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다른 곳보다 많이 있는 것 같다. 주일학교 시간에 정신 못차리고, 떠들고, 야단피우고 하는 아이들은 가정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내 계산으론 주일학교 20여명 중 절반 정도가 힘든 가정생활을 버텨가고 있는 중이다.
작년 이맘때 쯤 한 가족이 다른 교회로 부터 파송을 받아 우리 교회에 왔다. 우리 교회가 재정적으로 힘들어 다른 교회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도움을 주는 교회에서 몇 가정을 파송해 주었다. 이 가족은 먼 김포에서 시흥까지 오랜 시간을 달려 매주 교회에 봉사하는 아주 아름다운 가족이다. 이 가족 구성원인 남매는 정말로 유쾌하고, 따뜻하며,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고, 즐거운 남매다. 이 둘은 몸이 바스라지도록 교회를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 남매 중 동생인 자매는 사회봉사를 전공하고, 실제로 사회봉사 단체에서 '사례관리'라는 이름의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매주 만나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동으로...)주일학교 친구들을 하나하나 주제삼아서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하고 있다. 지난 주일날 자매와 우리 부부가 이야기 나누다가 자매로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의 특성 중 하나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각 시기마다 학습을 해야할 것들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언어, 산수, 인간관계 등 많은 것들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 부터 자연스럽게 또는 부자연(?) 스럽게 배워가는 것이다. 말을 배우고, 아이들끼리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교육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부모의 무관심이나 부재로 인해 시기를 놓쳐서 각 분야별로 활용되어야 하는 뇌가 죽어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시기를 놓쳐 성숙하지 못한 부분을 다른 부분을 키워줌으로써 사회를 적응하고, 어른으로 성숙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복지의 혜택 중 하나인 것 같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요즘 TV와 책에서 봤던 내용들이 떠올랐다. 하나는 뇌에 관한 TV 다큐멘터리 였는데 치매에 걸렸던 어떤 수학자가 장수를 하면서 일반인 보다 더 많은 업적을 남겼다는 이야기다. 치매로 인해 일부 뇌가 죽어가지만 나머지 뇌를 훈련시키므로써 자신의 생명도 연장하고, 수학자로서 인정받게되었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는 피터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에서 읽었던 내용으로 부하직원의 단점은 무시하고, 장점을 극대화 함으로써 조직을 더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지성 선수가 쓴 책 나를 버리다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박지성은 양발을 다 쓴다고 한다. 때문에 외국 선수들이 수비하는데 애를 먹는 다고 한다. 하지만 베컴 같은 선수들은 한 발만 사용하는데도 더 유명한 축구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축구교육은 양발을 다 적당히 잘 쓰게 만들지만, 유럽 축구는 한발을 최대한 잘 쓰게 만들어서 축구스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학습의 시기를 놓치 뇌 때문에 뒤쳐진 아이의 장점을 더 강하게 만드는 복지가 꼭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정말 힘들게 버텨가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부족한 부모라도 같이 있어 주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힘들게 살아가는 주일학교 아이들과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부모들에게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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